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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터그의 글

조혜리

"그러니까 우리한테 듣고 싶은 얘기가 있을 거 아니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던 이들은 단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끌어옵니다. 누군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스스로 말하기를 선택한 '가출' 이야기. 네 명의 인물은 가출에 대해 발화하는 것을 계기로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경계를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며 청소년이 어떤 곳에 머무는 지와 더불어 어떤 곳에 '머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는 그들이 스스로 머물기로 선택한 공간, 어떤 압박 없이 주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한 물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대답은 도무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이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경계와 공간에 관한 고민이 청소년극 < 꼭 가출해야 돼? >를 만드는 과정을 힘차게 이끌었습니다. 고민에 이어, 청소년이 나로서 목소리 낼 수 있는 공간으로 '극장'을 떠올렸습니다. 그리하여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꿈의 뒤섞임을 통해 극장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것을 목표 삼았습니다. 무대 위와 아래, 극장 안과 밖의 구분이 흐려지는 경험을 선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 아니면 저곳으로 나뉜 세상에서 경계 안에 속하지 못한 채 그 위를 부유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비단 무대 위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공연을 통해 나를 둘러싼 공간과 경계를 되짚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공연이 펼쳐지는 곳 어디든 누구나 찾아오고 나갈 수 있는 공간 그 자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극은 재미있다. 뻔하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았다. 대본부터가 그랬다. 제목에 '가출'이 들어가는 이야기에 가지는 평범한 기대와는 달리, 이 극은 무겁거나 무기력하지 않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뻔한 것을 싫어한다.

나 또한 그랬고, 음악 역시 뻔하게 만들 수 없었다. 단순하고 사실적인 공간 묘사, 혹은 대사에서 묻어나오는 표면적인 감정만을 재현하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공연 시간만큼은 배우, 관객,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놀고 있다’고 느꼈으면 했다. 재치와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장세진 연출과 죽이 척척 맞아 다행이었다. 24시 카페에서의 배꼽 빠지는 회의에서 시작된 ‘극을 재미있게 해줄 음악’을 향한 목표가 모두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극을 통해 고민도 생각도 할 말도 많지만 말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고자 한다. 마이크 소리가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아이들이 말할 때 힙합 비트가 깔리는 이유이다. 재이가 가출 필수품을 말할 때, 윤비가 먹고 싶은 음식 이름들을 나열할 때, 지완이 ‘살짝 집을 나간 일’을 설명할 때, 하진이 악에 받쳐 소리칠 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소리치는 장르, 나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장르가 이들에게 적격인 듯했다.

학창 시절, 나에겐 등교가 왠지 힘든 일이었다. 이상하게 전장에 나가듯 비장한 마음을 먹어야만 교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장면에서 군악대 스타일의 음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집을 나와 학교에 가는 일. 경계를 지나 울타리로 들어가는 일. 어딘가 발붙일 곳이 있다고 느껴졌으면 편안했을까?누군가 붕 뜬 채로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다면 다가올 당신의 정류장은 텅 빈 경계도, 조악한 울타리도, 살벌한 전장도 아닐 것이라고 소원해본다.

이윤비 役 l 선유림

청소년기의 우리는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며 성장해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게 되죠. 우리의 친구들 윤비, 재이, 하진, 지완이 또한 그 과정에서 갈등하며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아가죠.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며 함께 극을 만든 우리 창작자들 또한 청소년기 시절 겪었던 서로의 경험이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청소년기 시절 가졌던 고민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이 많아요. 그래서 이 극은 청소년기 친구들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영향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모델로 활동하게 된 윤비는 바쁜 스케줄과 식단 관리로 늘 구속받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런 윤비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충분한 수면을 갖는 일은 꿈과 같은 일이죠. 윤비는 점점 인형 같은 자기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당장 앞에 놓인 현실에 주저하고 주눅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윤비의 모습은 참 당차고 기특해요.

제가 구축한 윤비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맘 편히 먹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놀아보는 것이 꿈이에요.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윤비에겐 꿈이죠. 그러던 어느 날 윤비에게 사랑하는 반려동물 베리가 실종된 사건이 벌어져요. 베리를 찾던 윤비는 베리가 언제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자유를 주는 것이 베리를 돌아오게 만들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그리고 베리를 천천히 기다려주기로 하죠.

저는 이런 윤비를 만나면서 ‘자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에서야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요? 윤비도, 저도, 우리 모두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바라요.

김하진 役 l 송아원

하진을 처음 만나게 된 건 몇 달 전 초여름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하진이는 무심하고, 툭툭거리고, 정말 화가 날 때면 욕도 합니다. 낮에는 학교에 있고, 밤에는 동생 밥을 차려주고 편의점에 출근하는 엄마의 든든한 장녀, '열여섯 살 중학생'.

하진이는 지금 외삼촌의 편의점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진이가 원한 일이냐고요? 글쎄요, 제가 듣기로는 아닌 것 같던데. 외삼촌이 엄마를 많이 도와줬으니까 이제 다 큰 제가 일손을 도와야 한다나 뭐라나. 같은 학교 애들이 날 알아보고 키득댈까 봐, 일진들이 담배를 팔라고 협박할까 봐 두렵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하는 수밖에요.

지완, 재이, 윤비를 만나는 순간에 하진은 가장 크게 웃습니다. 밝고 행복하게 웃습니다. 물론 엄마와 동생이 싫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의 힘든 하루를 들어주는 것이, 오늘은 계란말이를 해 달라는 동생의 투정이 가끔은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요. 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어 좋다고 하네요. 아, 힘든 일은... 글쎄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진이는 꿈을 갖고 싶어 합니다. 돈도 시간도 걱정하지 않고, 엄마와 외삼촌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요. 그래서 가끔은 재이의 여유를 간절히 원하기도 하고, 지완의 따뜻한 가정환경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윤비의 빛나는 모습을 동경하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끔 그렇다는 거죠, 가끔요.

스물다섯의 아원은 열여섯의 하진에게서 언뜻 일곱의, 열여섯의, 스물의 아원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어린 아원은 어느 순간 하진의 모습으로 다가와 그동안 고생했다고 흉터를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죠. 그렇다고 흉터가 없어지진 않습니다. 그저 거기 있었구나, 그래서 아직도 아픈 거구나, 하고. 내가 받은 상처가 열여섯의 하진에게, 또는 스물다섯의 하진에게 향하지 않도록,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가만가만 기억하는 과정이지요.

< 꼭 가출해야 돼? >는 배우 송아원에게 담아둔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의 따뜻함을 담아 가는 극이었습니다. 아마 극장을 나서는 우리는 모두 다른 의미를 갖게 되겠지요. 극장 출입문의 경계를 사이에 두고, 모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 순간처럼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연극 제작 과정에서 조연출이 하는 일이 무엇일까요? 조연출이 하는 일은 프러덕션마다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연출, 배우, 작가는 프로덕션 구성이 변한다고 해도 크게 업무가 바뀌지 않는데, 조연출, 기획, 드라마터그는 프로덕션이 어떻게 꾸려지느냐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북 대신 각 파트별 아카이빙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것입니다.

'조연출의 업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매년 공연을 올려왔기 때문에 공연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후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 작업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설명하면서 '조연출'이라는 역할을 어떻게 정체화해야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 꼭 가출해야 돼? > 조연출 아카이빙 텍스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조연출'이라는 역할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제가 이 제작 과정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를 명료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이미 하나의 공연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제작 과정에서 '조연출'의 의견이 어디까지 수용되고 어느 정도까지 피드백이 이뤄질지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해당 프러덕션에서 조연출의 사용을 고발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저는 이 문제가 프로젝트 먼데난리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한국 연극이라는 체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약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조연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작업 과정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업무가 무엇이었다는 것을 개념화하려는 글입니다. 더 나아가 내가 했던 업무에 전문성이 추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카이빙 텍스트 작성이라는 작업이 저 개인의 작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작업자 동료 및 지망생에게 공유되어 또 다른 연극적 작업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제가 < 꼭 가출해야 돼? >라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처리한 업무를 분야별로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프러덕션에서 조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참여한 업무는 크게 공연 연습 참관, 장면 만들기 아이디어 제시, 공연 홍보 아이디어 제시 등이 있습니다. 세분화하면 더 많은 파트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제가 감각한 작업은 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공연 제작은 거대한 '팀플', 소위 말하는 그 '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어느 파트에 속하는지 가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공연 준비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여 큰 업무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꼭 가출해야 돼? > 프러덕션은 노션(Notion)이라는 협업 툴을 사용해 각 회의, 연습을 기록해두었으며, Schedule 기능을 통해 가시적으로 확인하여 작업의 진행 정도를 구성원 스스로 확인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약 한 달간의 회의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기획 회의. 둘째, 연출 회의. 셋째, 디자인 회의.

D-50

6월 16일 아트랩 발표

D-44

6월 22일-25일 연습/회의 일정 설문조사 진행 및 일정표 작성

D-39

6월 27일 제1차 연출부 회의

6월 28일 제1차 워크숍 회의, 제1차 기획 회의, 제1차 음악회의

6월 29일 제2차 기획 회의, 무대 회의

6월 30일 제2차 워크숍 회의, 제2차 연출부 회의

7월 1일 연습(1)

7월 2일 연습(2), 제3차 기획 회의

7월 3일 조명/매핑 회의

D-32

7월 4일 제1차 전체 디자인 회의, 연습(3)

7월 5일 연습(4)

7월 6일 제4차 기획회의, 제5차 기획회의

7월 8일 프로필 스팟 탐방, 연습(5)

7월 9일 연습(6), 제6차 기획회의

7월 10일 조명/매핑, 무대 회의

D-25

7월 11일 프로필 촬영, 연습(7)

7월 12일 천장산 우화극장 기술회의, 연습(8)

7월 13일 제7차 기획회의, 제8차 기획회의

7월 15일 대본 피드백, 연습(9)

7월 16일 연출 회의, 연습(10), 인물 캐릭터 설정 회의(세영), 제9차 기획회의

D-18

7월 18일 인물 캐릭터 설정(주현, 아원), 연습(11)

7월 19일 인물 캐릭터 설정(유림), 연습(12), 오픈 워크숍(1)

7월 20일 제10차 기획회의

7월 22일 연습(13)

7월 23일 오픈 워크숍(2), 제11차 기획회의

D-11

7월 25일 연습(14), 오픈 워크숍(3)

7월 26일 연습(15)

7월 27일 천장산 우화극장 로비 탐사

7월 29일 연습(16)

7월 30일 연습(17), 제12차 기획회의

D-4

8월 1일 연습(18), 제13차 기획회의

8월 2일 연습(19)

8월 3일 연습(20), 셋업

8월 4일 연습(21), 셋업 및 리허설

D-DAY

8월 5일 - 7일 공연

D+26

8월 26일 제14차 기획회의

D+31

8월 31일 최종 합평회

연습은 공연 약 한 달 전부터 주 4회 약 3~4시간씩 진행되었습니다. (월요일 18:00~22:30, 화요일 18:00~22:30, 금요일 13:00~17:30, 토요일 10:00~14:00) 8월 19일, 23일, 25일 청소년 오픈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며, 연습은 워크숍 이전에 시간을 앞당기거나 대체하였습니다. 연습 참관 중 조연출인 저의 업무는 연습 시작 전 마킹, 소품 배치 등이었으며, 연습 진행 중에는 장면 녹화, 피드백 내용 기록, 장면 만들기 의견 제시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본격적인 공연 연습에 앞서 연습 1,2회차에 연출, 드라마터그, 작가와 함께 대본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연습 1회차

1. 공연 소개 및 자기소개

2. 팀 약속문 정하기

3. 아이스브레이킹: 공간 물건 소개하기

4. 아이스브레이킹: 계란 펑

5. 대본 워크숍: 첫인상 키워드

6. 대본 워크숍: 베리의 편지

7. 활동 소감 나누기

연습 2회차

1. 1차 워크숍 복기

2.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 정하기

3. 워밍업: 의자 뺏기와 피감자 놀이

4. 대본 워크숍: 재이 가방 만들기 - 재이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5. 대본 워크숍: 윤비 랩 워크숍 - 토요 미식회

6. 대본 워크숍: 하진이 가출 조작단

7. 대본 워크숍: 지완의 가출 지도 그리기

8. 활동 소감 나누기

연습 2회차에는 참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제 기억에 남는 활동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A. 팀 약속문 작성

프로젝트 먼데난리는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아래와 같은 팀 약속문을 정하였습니다.

< 꼭 가출해야 돼? > 약속문

1. 호칭은 이름(성 제외, 님 제외), 존댓말 사용

2. 지각은 성대모사 스무 고개, 연습 마무리 10-15분 지키기

3. 전원 마스크 사용이 원칙, 미착용 시 대안 (페이스 쉴드 등) 마련

4. 중요한 논의는 공적 자리에서

5. 세이프 워드 "무엄하다" - > 피드백 "앗차(이마짚)"

미투 운동 이후로 한국 연극계는 위계형 폭력을 지양하는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 KTS (https://kts-wg.com/)를 마련하였습니다. 이전에 참여한 공연에서 기획을 맡으면서 이와 유사한 팀 규칙을 제정하였습니다. A4용지 2장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 너무 많은 양의 텍스트는 오히려 기억하기 어려워 올바른 방향으로 공연 제작이 진행되는지 제작 과정 당시에 인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연습 과정에서 해당 사안이 잘 지켜졌는지 돌이켜보자면, 제 평가는 '보통'입니다. 특히 2번 시간 관련 규칙은 한 달이라는 촉박한 연습 시간 때문에 팀원들끼리 자체적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이 부족하여 항상 집에 가는 길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밖에도 3번, 4번, 5번 모두 '잘' 지켜졌는지 의문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공연 기간에 임박해서 기획 PD님이 페이스 쉴드 주문하신 걸로 아는데, 페이스 쉴드 특성상 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연 제작 과정 중 공연 참여 인원 스스로 해당 사안이 지켜지는지 파악 가능하다는 점에서 < 꼭 가출해야 돼? >의 팀 약속문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B. 공간 물건 소개하기

워크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활동 하나를 뽑자면 단연코 '공간 물건 소개하기'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먼저 이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해당 활동은 연출과 조연출인 제가 2017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진행한 '청소년 17인'의 예술 교육 1회차 때 진행한 '자신의 물건 소개하기' 활동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변화시켜 구성하였습니다.

1. 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워크숍 시작하기 전 워크숍 참여자 대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관련된 물건 1개 (공간은 실체가 없어도 되지만, 물건은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를 공지하였습니다.

2. 그리고 물건의 주인은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저는 첫인사를 하기도 전에 참여자들이 가져온 물건을 모아 종이백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3. 이야기는 무드와 함께 해야 합니다.

이 활동을 하기 전 워크숍 진행자들은 연습실을 재배치하였습니다. 암막 커튼으로 빛을 가리고, 연출의 멋진 무드등 그리고 따뜻한 음악을 배경으로 모아둔 물건을 임의로 배치하였습니다. 또한 약간은 까다로운 조건들과 함께합니다.

조건 1. 참여자들은 무작위로 자리를 선택하여 그 자리에 있는 물건을 마치 자신의 물건인 것 마냥 물건에 얽힌 공간에 대한 이야기하기.

조건 2. 그 이야기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4. 서로가 모두 한 번 이상 만나 보았다면 물건의 주인을 밝힙니다.

물건을 한자리에 모아 두고 참여자들은 물건들을 둘러앉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나와서 진짜 자신의 물건을 밝히고 그 물건과 연관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워낙 급박하게 진행된 연습이었기 때문에 이 워크숍도 구체적인 약속 없이 당일 즉흥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심지어 연출과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 활동이 다른 점이 많아 원활한 시작을 못해 가장 아쉬운 활동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참여자들 모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눠주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빨리 알아갔고 다른 작업보다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C. 테이블 작업

< 꼭 가출해야 돼? >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 테이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테이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드라마터그와 연출의 글을 한 번씩 낭독하고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를 아카이빙 하기에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어 이 장소에 남겨두려고 합니다.

차례로 연출의 글과 드라마터그의 글 입니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면서 공연 제작 자체만큼 중요한 파트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PD, 제작 PD라는 직무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 공연 예술이 안정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현재 한국 연극은 일주일에서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서 홍보가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연 못지않게 촘촘하게 기획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활동은 프로젝트 먼데난리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공연 외적으로 준비한 활동입니다. 현재성을 가지고 있는 활동은 아니지만 이 기록이 다른 시간 선의 관객에게 닿길 바랍니다.

아래 활동은 특정한 회의를 통해 구성한 것이 아니라 기획 회의 전반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기획 회의는 수요일 00시부터 01시까지, 수요일 23시부터 목요일 01시까지, 토요일 23시부터 일요일 01시까지 정기적으로 Zoom을 통해 운영되었습니다. 공연 기간에 임박해서는 연습에 이어 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A. 청소년 워크숍 준비

프로젝트 먼데난리가 준비한 청소년 워크숍은 '오픈 워크숍 < 청소년 공간 메이킹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였습니다. < 청소년 공간 메이킹 > 기획 및 진행은 예술 교육 경험이 있는 드라마터그가 담당하여 기획팀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청소년 워크숍은 제1차 워크숍 회의에 이어, 마지막 청소년 워크숍 3회차 이전까지 기획 회의를 통해 준비하였습니다. 워크숍 준비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워크숍 구성

2. 워크숍 참여자 모집

3. 워크숍 진행

1. 워크숍 구성

워크숍은 연출, 조연출, 드라마터그가 참여한 '제1차 워크숍 회의' 때 미리 구성을 완료하였습니다.

초반에 청소년 워크숍은 '하자센터(서울 시립 청소년미래 진로센터)'와 협업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자센터는 센터 내에 자체적인 대안학교가 있고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 꼭 가출해야 돼? >의 창작진이 궁금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청소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창작진은 청소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 또한 연출과 조연출이 창의서밋이라는 활동을 통해 하자센터와 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일전에 청소년 워크숍에 대한 계획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기 때문에 하자센터에서의 청소년 워크숍을 1순위로 생각하였습니다. 다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하자센터와의 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홍보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기획팀 내부에서 협의를 걸쳐 컨택할 단체를 선정하였고, 유선 전화, 인스타 DM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근처 중학교, 성북구 내 중학교, 청소년 센터, 고등학교 연극부 등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3. 워크숍 진행

해당 사항은 홈페이지 내 '청소년 워크숍' 항목을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비록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였고 더 많은 청소년과 함께 하지 못하여 아쉬운 활동이었습니다. 공연 연습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워크숍 역시 준비하기까지의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였고 약 3시간씩 3회차라는 워크숍 자체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 청소년과 깊은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우리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며 이 챕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B. 로비 구성

여러 번의 기획 회의를 통해 로비를 구성할 다양한 활동을 선정하였습니다.

1. 인터렉티브 전시

2. 관련 도서 전시

3. 양동이 채우기 참여전시

4. 빈백 배치

5. 청소년 워크숍 사진 전시 및 활동 내용 재배치

위와 같은 대략적인 구성 이후 극장 로비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7월 27일 천장산 우화극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로비 공간은 아래 사진과 같이 꾸며졌으며 < 꼭 가출해야 해? >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인주

질투심과 열등감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재미있는 공연이 하고 싶었고, 세진과 함께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재미있습니다. 끝내주게 재미있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지만. 색다르게 재미있냐? 라고 물어보면, 아주 많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작업한 < 꼭 가출해야 돼? > 프러덕션의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서 정말 기뻐요!

17살 때 처음 연극을 제작하면서 어땠는지, 18살 때 예술 교육 수업을 듣던 나는 어땠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때와 지금의 제가 아주 다를까요? 저를 둘러싼 환경은 천지가 개벽한다는 말처럼 변했고, 그 변화로 인해 ‘나’를 구성하던 생각 역시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라는 존재, 성격, 마음은 ‘변화’하였다기보다는 그 성질 하나하나에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법은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저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을 보면 미칠 것 같은 질투심과 왜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끝없는 열등감에 빠져듭니다. 그러다 그 사람이 무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순간을 포착하면 저도 그 사랑에 동참하게 됩니다. 증오와 사랑이라는 커다란 폭을 한순간에 변화시킨다면, 그것이 바로 마법이 아닐까요? 아직 우리 연극은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지 않았지만, 감히 그 마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6일 오후 9시 30분부터 장장 1시간 56분 동안 나와 떠들어준 연출 장세진 감사합니다. 촉박한 일정에도 흔쾌히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 참여자들, 70분이라는 짧은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와준 관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디자인 도움에 흔쾌히 YES!를 외친 김도헌 A.K.A 도넛, 항상 고맙고 아주 많이 사랑해.

마지막으로 언젠가 다시 Thanks to를 읽을 나에게.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 그때의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는 항상 최선을 선택했을 거다. 23살의 나는 19살의 나보다 덜 불안하고, 더 충실하게 살고 있다. 스스로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선유림

멋진 공연 함께 만든 우리 창작자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아직 한참 모자란 저를 늘 칭찬감옥에 가두시는 우리 사랑하는 스탭진 모두와, 함께 몸 부대끼며 연습한 우리 사랑하는 배우들과 만들어 나가는 시간 모두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내가 이런 행복한 환경에서 공연을 올립니다! 자랑하고픈 마음...

또 예매한다고 핸드폰 붙들고 기다렸을 우리 소중한 관객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늘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공연 올리고, 멋지게 내려오겠습니다! 제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사랑해요!

이세영

우리가 나누었던 한마디가 정말로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예림에게 감사를.

놀이의 세계로 초대해준 동시에 매번 시야를 틔워준 세진, 혜리, 인주, 수현, 하정에게 감사를.

인물과 관객들이 만나는 공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주신 윤지님, 예인님, 서연님, 진경님께 감사를.

보랏빛 진동이 느껴지는 포스터를 만들어주신 아인님, 그래픽 디자인 해주신 도헌님께 감사를.

활짝 웃는 모습을 포착해주신 희수님께 감사를.

인물로서 인사할 모습을 담아주신 민서님께 감사를.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동료 배우 유림, 아원, 주현에게 감사를.

주최자와 참여자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느끼게 해준 청소년 워크숍 참여자분들께 감사를.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먼 길을 데려다줬던 정수에게 감사를.

더운 여름, 기꺼이 공연장까지 찾아와주신 관객분들께 큰 감사를.

기대하며 준비했던 모든 마음에 감사합니다.

장세진

1년 전부터 같이 하자고 나를 믿고 맡겨줘서 고마워. 재미있는 글과 과자를 제공한 예림.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줘서 고마워. 당신과의 대화는 늘 재미있어. 인주. 계획대로 착착착. 기획안부터 공연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 한 수현. 필요한 소모품들 준비하고, 청소년 워크숍 이끔이까지 멋있게 맡아준 혜리. 몇 번이나 뜯어고친 기획안 작업, 예상 질문과 모의 면접 준비, 매일 새벽까지 회의를 이어가느라 고생 많았어. 우리 정말 많은 일들을 해냈어.늘 고마워. 기획&연출팀.

연극원 지하에서 무대를 so easy하게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아 요 사람과 작업해보고 싶다 결심하게 해준 윤지.

TD로 물방울 욕조 작업을 할 때부터 계속 눈길이 갔어. 연극원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정말 기뻤는데, 같이 공연까지 하게 되다니 행복해! 예인.

당신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혈액 순환이 좋아지는 이유는? 소름끼치게 재치있는 우하 내 친구.

전화로 구원콜을 걸었을 때 쿨하게 sm을 받아준 서연. 동기사랑. 나라사랑. 진심으로 고마워. 은혜는 꼭 갚을 거야. 소중한 서연.

헐값에도 촉박한 일정에도 포스터 디자인 시안을 3개나 뽑은 만능엔터테이너. 당신의 작업 늘 재미있어. 아인.

급하게 부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작업해준 도헌.

연극원 4층 복도를 강남 스튜디오로 만들어 준 신의 손 해파리.

초대권 물어봤다가 오퍼레이터를 하게 된 진경.

일을 제안하며 오랜만에 연락했지만, 이참에 얼굴까지 보게 되어 기뻐요! 민서.

연습 때마다 적극적으로 워밍업 놀이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한 달 동안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시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세영. 아원. 주현. 유림.

우연히 쪽문에서 만나 제작소까지 큐브 나르기를 도와준 진호.

조혜리

재미있게 공연 준비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프로덕션 동료들, 새벽까지 머리 맞대고 회의하느라 고생한 연출기획팀, 언제나 반가운 얼굴로 에너지 내뿜어준 배우들, 찰떡같은 디자인 만들어주신 디자이너분들, 고생하신 무대 감독님과 크루분들,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고 배울 점 선사해준 청소년 워크숍 참여자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연 처음으로 보러 오시는 부모님, 티켓팅 뚫고 멀리서부터 와주는 쾌녀 친구들, 흔쾌히 비평 약속해준 세현과 진호, 언제나 진심 어린 응원해주는 예종 친구들과 동료들, 자퇴한 선배 항상 관심 가져주는 수빈, 큰 도움 준 연극학과 2번 사물함 감사합니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우리 에너지가 천장산우화극장을 부유하길.

박수현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지가 되고, 설레는 일인지 알게 해준 공연팀에게 큰 사랑을 보냅니다.

우리 연출기획팀! 제가 청소년 공연해보고 싶다고 덜컥 들어왔는데 따숩게 받아줘서 행복했습니다. 예림, 세진, 혜리, 인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좋은 사람들과 치열하게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큰 배움이 되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공모전 준비, 프리프로덕션 회의, 13번의 본회의까지 꽤나 긴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 시간 동안 저는 보람 있는 것을 기획해보자는 저의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답니다. 사랑해요.

유림, 아원, 주현, 세영! 희곡 워크숍부터 청소년 워크숍, 연습까지 지난한 공연준비 정말 고생 많았어요. 함께 청소년에 관해 나눴던 이야기들이 종종 떠오르는데, 청소년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임해주고 최선을 다해 인물 만들어줘 고마워요!

고생하시면서 착착 멋진 무대와 조명 매핑, 음악 만들어주신 윤지, 예인, 하정 정말 감사해요! 극장에서 너무나 든든한 서연 감사드립니다. 기꺼이 오퍼레이터가 되어주신 예인, 인주, 진경 감사드립니다.

선뜻 극장과 관객의 손이 되어준 성경, 수희, 지수 그리고 채은, 예은!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큰 사랑을 보냅니다.

그외 도움 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분들 덕분에 공연 무사히 준비했습니다! 정말 큰 감사를 보내요.